[2024 연말결산] 올해 가장 기뻤던 순간은?
조카의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입학
오롯이 자기 혼자 힘으로 일궈낸 성과에 내 가슴이 뛰고
너무 기뻐 슬프기까지 했던 소식이었다.
딸은 쿠키를 굽고 나는 입학 선물을 준비하고 남편도 휴가를 내서 동참해 주웠다.
성인으로써 인생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운 조카의 모습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쁨이 묻어 나옴과 동시에
나의 첫 단추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아무것도 모른 채 부모손에 이끌러 시작해야 했던 사회생활.
사자는 자기 새끼를 절벽에서 굴려 살아남은 새끼만 키운다는 말이 있다.
정글 같은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끼도 강하게 키운다는 뜻이라
멋 모르고 "나도 강하게 키우시나 보다" 라며 이해했다.
하지만 부모가 되어서 알았다.
사자도 사람도 자기 새끼를 절벽에 내던지는 부모는 절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사자도 자기 새끼가 절벽에 매달려 발버둥 치고 허우적 대면 도움을 준다.
하지만 내 부모는 방관했다.
어른이 되어 20살짜리 조카를 바라보니 아직 어리다.
더 가르치고 더 준비시켜야 하는 나이다.
사회에 나가기 전 본인만의 칼과 방패는 손에 쥐어주고 내보내야 하는 것이 부모다.
그런 어린것을 맨몸으로 사회에 내던진 내 부모의 선택 때문에
온몸이 부서져라 일해야 했고
무엇이든 굽신 대야 했으며
송곳 같은 상처에 찔려도 아픈 내색 못했고
칼날 같은 매서움에 무서워할 겨를도 없이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20대를 버티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IMF가 왔고 난 정리해고가 됐다.
해고 후 고향집으로 돌아간 날!
따스한 위로 대신 질타를 받았다.
그 좋은 회사에서 조금 더 버티지 못했다고.......
그래도 내 부모라 미워하진 않았다.
열심히 살면 나의 30대와 40대에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그런데 몰랐다.
좋은 칼과 방패를 처음부터 지니고 사회에 나온 애들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그렇게 50세를 코앞에 두고 알았다.
내 부모는 자녀 3명 중 제일 먼저 나를 포기했다는 사실 말이다.
부모가 되면 부모 마음을 안다고 한다.
난 그렇게 부모 마음을 알아버렸다.
가장 기쁜 날 가장 슬픈 사실을 알게 됐지만
이제 나의 찬란한 나날들만 생각하기로 했다.
내 상처는 내가 보담아 주기로 했다.
연말결산 챌린지를 하며 묵은 기억도 상처도 날려 보내려 한다.